7-3화: 영웅의 대가
아침 7시. 클로에는 체어시 아파트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커피는 식었다. 휴대폰은 30분째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받지 않았다.
가디언 기사는 3시간 만에 영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런던의 안개 속, 갇혀버린 백조들’
기사에는 그녀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물론 실명은 아니었다. ‘UCL 여대생 A씨’. 하지만 전공, 나이, 학교, 알렉스를 만난 경위, 암호화폐 계정, VIP 파티, 2층. 모든 것이 그녀의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녀가 용감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녀가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그녀가 매춘부라고 했다.
인터넷은 그녀로 가득 차 있었다.
레딧.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모든 플랫폼에 ‘UCL 여대생 A씨’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그녀는 영웅이다.’
‘그녀는 돈 때문에 그런 거지.’
‘어쨌든 그녀는 매춘부잖아.’
‘너는 피해자란 말을 모르니?’
‘피해자가 2층에서 돈을 벌어?’
클로에는 휴대폰을 바닥에 던졌다.
오전 10시. UCL 학생처.
문 앞에는 이미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클로에는 뒷문으로 들어갔다. 학생처장 리처드 박사는 그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클로에 씨, 앉으세요.”
그의 책상 위에는 가디언 기사 출력물이 놓여 있었다. 빨간 펜으로 여러 군데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학교 측은 당신의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행동은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명예를 훼손했다고요? 저는 피해자예요.”
“그 점은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현재로서는 학교는 당신을 정학 처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조사가 언제 끝나죠?”
“모릅니다.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고, 1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클로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저도 당신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녀는 학생처를 나왔다. 복도에는 학생 몇 명이 서 있었다. 그녀를 보자 소곤거렸다.
“저 사람이 그 여대생이래.”
“어? 그 기사에 나온?”
“응, UCL 여대생 A씨. 바로 저 사람이래.”
클로에는 그들 사이로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느리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오후 1시. 브리스톨. 그녀의 부모님 집.
문 앞에는 이미 지역 기자들이 와 있었다. 클로에는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연 것은 어머니였다. 그녀의 눈은 빨개져 있었다.
“클로에… 너…”
“엄마, 나 설명할 수 있어.”
아버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가디언 기사가 들려 있었다. 그는 클로에를 쳐다보지 않았다.
“아빠.”
“나가.”
“아빠, 제발 들어봐요.”
“나가라고 했어!”
아버지의 목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어머니는 클로에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가웠다.
“딸아, 지금은 좀… 시간을 두자.”
“엄마, 저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에요. 그 기사에 있는 모든 것은 사실이에요.”
“사실이라도… 아버지 마음이 어떻게 되시겠어?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아는 거야. 다들 우리 집을 어떻게 쳐다보는지.”
클로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저 갈게요. 연락할게요.”
그녀는 집을 나섰다. 문 앞의 기자들이 그녀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클로에 씨, 소감 한 말씀!”
“알렉스는 어떤 사람인가요?”
“앞으로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걸어갔다. 뒤에서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날 밤. 런던의 한 호텔. 클로에는 방에 혼자 있었다.
그녀는 컴퓨터를 열었다. 트위터. ‘UCL 여대생 A씨’는 실시간 트렌드 1위였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지지했다. ‘#StandWithA’ 해시태그가 올라왔다. 그녀의 용기를 칭찬하는 글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그녀를 비난했다.
‘그녀는 그런 일을 하면서 왜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
‘돈 때문 아니야? 기자한테 돈 받았을 거야.’
‘UCL이면 머리는 좋을 텐데, 왜 그런 남자를 만난 거지?’
‘바보 같은 여자.’
‘매춘부.’
‘부모님은 어떻게 사셨어.’
클로에는 댓글을 읽다가 손이 떨렸다. 그녀는 댓글 창을 닫았다. 다시 열었다. 다시 닫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플로렌스였다.
“클로에, 뉴스 봤어?”
“응.”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어디 있어? 내가 갈게.”
“호텔. 그런데 아무도 모르는 게 좋을 것 같아. 너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어.”
“상관없어. 너는 내 친구야.”
“고마워, 플로렌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호텔 천장은 깔끔했다. 아무 금이 없었다. 하지만 그 깔끔함이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클로에는 낯선 번호의 문자를 받았다.
“클로에, 잘 봤어. 네가 그렇게 용감할 줄 몰랐어. 하지만 네가 나를 과소평가했어. 나는 이미 영국을 떠났어. 러시아로. 인터폴조차 나를 못 잡아. 너는? 네 인생은 어떻게 됐어? 학교에서 제적됐지? 부모님은 널 내쫓았지? 인터넷은 널 매춘부라고 부르고. 네가 이룬 게 뭐야? 아무것도. 나는 돈과 함께 사라졌고, 너는 빚과 명예훼손 속에 남았어. 잘 생각해봐. 네가 싸운 전쟁에서 네가 얻은 게 뭐지? – A”
클로에는 문자를 세 번 읽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벽에 던졌다. 휴대폰이 산산조각 났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입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울 힘조차 없었다.
알렉스가 도망갔다. 그는 러시아로 갔다. 아마 다시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알렉스를 잡지 못했다. 그녀는 그의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인생만 망가뜨렸을 뿐이다.
영웅이 되는 대가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명예. 가족. 친구. 미래.
그리고 그 대가를 지불한 후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알렉스는 다른 이름으로, 다른 나라에서, 다시 같은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클로에가 그의 미끼를 물 것이다.
클로에는 바닥에 누웠다. 그녀의 눈은 뜬 채로 있었다. 그녀는 그저 천천히 숨을 쉴 뿐이었다.
몇 시간 후, 그녀는 일어나 깨진 휴대폰을 줍고, 호텔을 나와 거리로 향했다.
런던의 거리는 그녀를 반기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떤 이는 알아보고 휴대폰을 꺼냈다. 어떤 이는 멀리 돌아갔다.
그녀는 템즈 강까지 걸어갔다. 강물은 어두웠다.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 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소피아를 떠올렸다. 소피아도 어딘가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모든 것을 잃은 후, 강가에 서서,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그녀는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앞으로.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END—————————————————-목록으로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