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재판의 시간
아르만도는 체포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태연했다. 자신의 인맥이 곧 자신을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알레한드로, 다비드, 엘레나 모두 증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아르만도의 변호인은 그를 만나러 왔다.
“에스코바르 씨,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합니다.”
“내 아들들이? 그 배신자들?”
“네. 특히 장남 알레한드로의 증언이 결정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구체적인 범행 일시, 장소, 방법까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르만도는 주먹을 쥐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타올랐다.
“내가 그들을 키웠다. 내가 그들을 국가대표 선수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나를 배신하다니.”
“유감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아르만도는 변호인에게 말했다.
“알레한드로에게 전해라. 증언을 철회하면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그가 증언하면 가족 모두가 위험해질 거라고.”
“그것은 협박에 가깝습니다.”
“협박이 아니라 조언이다.”
알레한드로는 아버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증언을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소사 형사에게 말했다.
“저는 끝까지 갈 겁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잘 생각한 겁니까? 당신 아버지는 여전히 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당신과 당신 가족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겠습니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에요.”
알레한드로는 증언을 준비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종이에 적었다. 피해자들의 이름, 범행 일시, 몸값을 받은 은행 계좌, 시신을 유기한 장소.
그가 적는 동안 그의 손은 떨렸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다비드는 형보다 먼저 증언대에 섰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르만도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증인, 성함과 직업을 말씀해주세요.”
“다비드 에스코바르입니다. 학생입니다.”
“피고인 아르만도 에스코바르를 알고 계신가요?”
“네. 제 아버지입니다.”
“당신은 아버지의 범죄에 가담했습니까?”
“네.”
다비드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증언을 마쳤다. 그가 첫 살인을 저질렀던 날, 아버지가 그에게 권총을 건넸던 날, 그리고 그가 죽은 피해자들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법정은 침묵으로 뒤덮였다.
검사가 물었다.
“당신은 왜 지금에서야 증언하려고 합니까?”
“더 이상 죄책감을 안고 살 수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아르만도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엘레나는 다비드 다음으로 증언대에 섰다.
그녀는 수년 동안 침묵해온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증인, 당신은 피고인의 범죄를 알고 있었습니까?”
“네… 알고 있었습니다.”
“왜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두려워서였습니다. 남편이 저와 아이들을 해칠까 봐.”
“당신도 범죄에 가담했습니까?”
“직접적으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침묵으로 방조했습니다.”
엘레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법정을 바라보았다. 배심원들의 얼굴에는 연민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저는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제 잘못을 인정하러 왔습니다.”
아르만도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배신감이 섞여 있었다.
“엘레나, 너도 나를 배신하는구나.”
“당신이 먼저 우리를 배신했어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강요한 건 바로 당신이에요.”
가장 결정적인 증언은 알레한드로였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배심원들, 판사, 검사, 그리고 아버지.
아르만도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증오와 분노가 가득했다.
“알레한드로, 네가 나를 여기에 앉힌 거야.”
알레한드로는 아버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증언대 앞에 섰다.
“증인, 당신은 피고인의 장남입니까?”
“네.”
“당신은 아버지의 범죄에 가담했습니까?”
“네. 첫 번째 범행은 라울 가르시아를 납치하고 살해한 것입니다. 저는 그날 밤 아버지가 저에게 권총을 주었고, 저는 제 친구를 쏘았습니다.”
법정이 술렁였다.
알레한드로는 계속했다. 두 번째 피해자, 세 번째, 네 번째. 피해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그가 죽인 사람들. 그리고 그가 죽이지는 않았지만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당신은 왜 아버지의 범죄를 멈추지 않았습니까?”
“두려워서였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너도 이제 공범이다.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왜 증언하려고 합니까?”
“더 이상 죄책감을 안고 살 수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피해자들의 가족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과입니다.”
알레한드로는 증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파파,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 일입니다.”
아르만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판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배심원들은 단 6시간 만에 평결을 내렸다. 유죄.
판사가 선고를 읽었다.
“피고인 아르만도 에스코바르, 징역 25년을 선고합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아르만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항소하겠다!”
하지만 그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알레한드로는 그 선고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슬픔이 아니라 안도의 눈물이었다.
그는 법정을 나서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