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잔혹사 태국편 #001] 방콕의 가짜 낙원 – 2화: 해피 워터의 늪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2화: 해피 워터의 늪

핌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녀는 낯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천장은 하얗고, 조명은 어두웠다. 방 안에는 고급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창문은 없었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입안은 바짝 말라 있었고, 온몸이 쑤셨다. 옷은 제대로 입혀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려 애썼다.

하지만 기억은 없었다.

‘해피 워터’를 마신 순간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 이후는 완전히 공백이었다.

핌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둘러보았다. 욕실이 있었고, 작은 책상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핸드폰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배터리는 거의 다 닳아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10시. 그녀가 클럽에 갔던 때가 금요일 밤이었으니, 최소 12시간이 지난 것이었다.

그녀는 타닌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받지 않았다.

그녀는 방을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핌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몇 분 후,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고, 한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핌보다 몇 살 많아 보였다. 얼굴에는 화장이 짙었지만, 눈빛은 공허했다.

“일어났어? 여기 있어.”

여성은 간단한 아침 식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빵, 버터, 그리고 인스턴트 커피.

“여기는 어디야? 왜 나를 가둬?”

“여기는 방콕 외곽이야. 너는 앞으로 여기서 지내면 돼.”

“무슨 소리야? 나는 나가야 해!”

핌이 문 쪽으로 달려가려 하자, 여성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나가면 더 위험해. 여기가 안전해. 타닌 씨가 말했어. 너는 여기서 지내면서 빚을 갚으면 된다고.”

“빚? 나는 이미 그 파티에 왔잖아! 30% 탕감이라고 했어!”

“그건 네가 일을 했을 때 얘기야. 너는 일을 하지 않았어. 기억 안 나? 네가 정신을 잃어서 아무것도 못 했잖아. 그래서 탕감은 없어.”

핌은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

함정이었다. 처음부터.

며칠 후, 타닌이 직접 찾아왔다.

그는 여전히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하지만 핌의 눈에는 그 미소가 더 이상 부드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냥 차가울 뿐이었다.

“핌 씨, 안녕하세요. 좀 어떠세요?”

“나를 여기서 내보내줘. 부탁이야.”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세요. 당신은 아직 빚이 120만 바트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가면 갚을 능력이 없잖아요.”

“내가 어떻게든 갚을게. 알바를 해서라도.”

“알바? 120만 바트를 알바로 갚으려면 몇 년이 걸릴 줄 아세요? 그동안 이자는 계속 붙어요. 눈덩이처럼 커져서 결국 당신은 평생 빚에 시달리다가 죽을 거예요.”

핌은 침묵했다. 그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제가 좋은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죠. 여기서 일하세요. 1년만 일하면 빚은 모두 탕감됩니다. 숙식 제공, 그리고 약간의 용돈도 드립니다.”

“무슨 일인데요?”

“간단해요. 남자들 상대하는 거예요. 당신은 젊고, 예쁘고, 대학생이에요. 조건이 아주 좋아요.”

핌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일은 못 해요. 저는 대학생이에요. 공부해야 해요.”

“공부? 지금 상황에서 무슨 공부를 하겠어요? 당신 아버지 회사는 망했고, 어머니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어요. 당신이 돈을 벌지 않으면 가족은 거리로 나가게 돼요.”

핌은 눈물이 났다. 그녀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것을 알았다.

타닌은 핌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다.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었다.

그 일주일 동안, 핌은 작은 방에 갇혀 지냈다. 밥은 여전히 그 공허한 눈빛의 여성이 가져다주었다. 핌은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도 빚 때문에 왔어. 지금은 적응했어.”

“적응? 이게 적응이야?”

“적응하지 않으면 미쳐. 선택지가 없어.”

핌은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일주일 후, 타닌이 다시 찾아왔다.

“결정했어요?”

“…”

“침묵은 ‘예’로 간주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그날 밤, 핌은 첫 고객을 상대했다.

고객은 50대의 태국인이었다. 배가 나왔고, 술 냄새가 났다. 그는 핌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대학생이라며? 이름이 뭐야?”

“…핌이에요.”

“핌. 좋은 이름이구나.”

그날 밤의 기억을 핌은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몇 주가 지났다. 몇 달이 지났다.

핌은 점점 무뎌져 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차를 타고, 일을 하고, 돌아오고. 그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화장실에서 토하지 않았다. 더 이상 밤에 울지 않았다. 그냥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녀는 가끔 플로이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핸드폰은 이미 압수당했다. 그녀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로봇이 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날, 그녀는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의 자신이 낯설었다. 눈빛이 죽어 있었다. 그녀는 예전의 핌이 아니었다.

‘괜찮아. 이게 현실이야. 받아들여야 해.’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조차도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탈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단계는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규칙을 잘 지켰다. 마치 순응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두 번째 단계는 정보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녀는 건물의 구조를 외웠다. 경비 교대 시간, CCTV 위치, 그리고 자물쇠의 종류.

세 번째 단계는 연락책을 찾는 것이었다. 핌은 그 공허한 눈빛의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

“위험해.”

“알아.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여성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작은 종이 쪽지를 건넸다.

“이 번호로 연락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야. 하지만 조심해. 들키면 넌 죽어.”

핌은 쪽지를 감추었다.

며칠 후, 핌은 기회를 잡았다.

화장실에 갈 때, 그녀는 몰래 핸드폰을 꺼냈다. 타닌이 가끔 업무상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도와주세요. 감금당했습니다. 방콕 외곽입니다.”

답장이 왔다.

“누구세요?”

“핌이라고 합니다. 출라롱코른 대학교 학생이에요. 타닌이라는 사람이 저를 가뒀어요.”

“위치를 알려줄 수 있나요?”

핌은 건물 주변의 특징을 설명했다. 낡은 창고, 큰 나무,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사원 지붕.

“확인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조심하세요.”

핌은 그 문자를 지웠다.

그날 밤,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였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다. 반항. 맞서기.

루마니아의 로안나처럼.

핌은 눈을 감았다.

내일이 온다. 그녀는 그 내일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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