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투자 사기의 온도
에밀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인 지 일주일. 도이나는 처음으로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로안나는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갔을 때, 의붓엄마가 커피를 마시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요즘 몇 달 동안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도이나는 식탁 위에 펼쳐진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투자 계약서 사본이었다.
“좋은 아침이네, 로안나.”
“네… 좋은 아침이에요.”
로안나는 조심스럽게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냈다. 도이나는 평소처럼 그녀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좋은 일이 있냐는 듯 들뜬 기분이었다.
“이번 달부터 상황이 좀 나아질 거야. 에밀 씨 덕분에.”
로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투자. 그 단어가 불안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시리얼을 그릇에 담고 조용히 먹었다.
첫 달, 약속된 수익이 입금되었다. 5만 RON의 15%. 7500 RON.
도이나는 그 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즉시 안카와 이리나를 불러 보여주었다.
“봐라, 엄마가 잘했지?”
안카는 새 가방을 사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리나는 다음 달 휴가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아빠, 이온은 소파에 누워서 한마디 했다.
“에밀 그 사람, 꽤 믿음직스럽군.”
로안나는 그 자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문을 닫고 책상에 앉았다. 핸드폰으로 ‘투자 사기’를 검색했다. 루마니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첫 달엔 고수익을 주지만, 두 번째 달부터는 지연되고, 결국 연락이 끊긴다는 패턴.
하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가족은 이미 그 돈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한 달이 더 지났다.
도이나는 두 번째 달 수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입금이 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삼일.
그녀는 에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밀 씨, 이번 달 수익이 아직 안 들어왔는데요.”
“아, 도이나 씨. 잠시 지연됐어요. 다음 주쯤에는 들어갈 겁니다. 투자 규모가 커져서 정산이 조금 늦어졌어요.”
도이나는 불안했지만, 믿기로 했다. 이미 첫 달에 7500 RON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그녀는 카드 빚 일부를 갚고, 안카에게 가방 하나를 사주고, 이리나의 피부과 시술비를 냈다. 남은 돈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음 주가 되어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도이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에밀은 이번에는 좀 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도이나 씨, 투자는 인내가 필요한 겁니다. 다음 주, 확실히 보내드리겠습니다.”
로안나는 그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녀는 거실 복도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도이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불안해지는 게 느껴졌다.
며칠 후, 도이나는 직접 에밀을 만나러 갔다. 에밀의 사무실은 도심의 오래된 빌딩 3층에 있었다. 간판은 있었지만, 안에는 책상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전부였다. 에밀은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넥타이가 삐뚤어져 보였다.
“도이나 씨, 사실 말씀드리자면… 투자처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겼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원금은 보장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죠?”
“한 달만 더요.”
도이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했다. 첫 달 수익을 이미 받았으니, 사기는 아닐 거라고. 아마 진짜 일시적인 문제일 거라고. 그녀는 자신을 그렇게 설득했다.
도이나가 에밀을 만나러 간 그날 저녁, 로안나는 또 다른 법원 공문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체납에 따른 압류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총 빚은 4만 5천 RON으로 늘어나 있었다. 카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로안나는 공문을 다시 우편함에 넣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계산을 해보았다. 자신의 아르바이트 수입은 한 달에 약 1300 RON. 그중 500 RON은 도이나에게 준다. 나머지 800 RON으로 학비, 교통비, 식비를 해결해야 한다. 사실상 남는 돈이 없다. 만약 집에서 쫓겨난다면? 그녀는 노숙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며칠 후, 도이나는 카드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빚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추심 전문 회사로 넘어갈 예정이라는 통보였다.
도이나는 에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받지 않았다. 여러 번 걸었다. 문자를 보냈다. 모두 무응답.
그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안 돼… 이럴 수가 없어.”
안카와 이리나도 상황을 알게 되었다. 안카는 자신에게 사준 가방을 숨겼다. 이리나는 휴가 예약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돈은 이미 다 썼다.
아빠, 이온은 소파에 누운 채로 말했다.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지.”
그 말이 도이나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네가 돈을 벌었으면 내가 이런 짓을 하겠어? 너는 용접공 자격증이 있으면서 왜 일을 하지 않아? 왜!”
이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맥주 캔을 들고 침묵했다.
로안나는 방 문을 닫았다. 그녀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빚이 5만 RON을 넘어섰을 때, 에밀이 다시 나타났다.
도이나는 그를 만나자마자 소리쳤다.
“에밀 씨!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내 돈은 어디로 간 거죠?”
에밀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미안한 건지, 연기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도이나 씨,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방법이 하나 있어요. 제 지인이 다른 사업을 하는데, 거기 투자하면 지금 손해를 만회할 수 있습니다.”
“또 투자하라는 거야?”
“이번에는 확실해요. 제가 보증합니다. 필요한 금액은 3만 RON. 3개월 후에 2배로 돌려드립니다.”
도이나는 망설였다. 이미 5만 RON을 잃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잃을 게 많았다. 빚이 있었다.
“돈이 없어요. 카드 한도도 다 썼고, 보험금은 매달 생활비로 다 써버려서…”
“그럼…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에밀의 말투가 살짝 달라졌다.
“무슨 방법?”
“집에 의붓딸이 있다면서요? 로안나 씨였나?”
도이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소리예요?”
“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어떤 분들이 일할 사람을 찾고 계시거든요. 젊은 여성을요. 괜찮은 조건이에요. 첫 계약금으로 2만 RON, 그리고 매달 수입의 30%를 가족에게 보내주는 조건이에요.”
도이나는 침묵했다.
에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세요. 지금 이대로라면 당신은 파산이에요. 집도 잃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방법을 택하면, 빚을 갚고도 남아요.”
도이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로안나는 그날 밤, 또 잠들지 못했다.
도이나가 에밀과 만나고 돌아온 표정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의 표정. 그녀는 본능적으로 불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그때, 부엌 테이블 위에 놓인 수첩이 눈에 띄었다. 도이나의 수첩이었다. 평소에는 절대 열어보지 않지만, 그날따라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로안나는 수첩을 펼쳤다.
거기에는 낯선 사람의 전화번호와 함께, ‘로안나 – 계약금 2만, 매달 30%’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로안나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수첩을 원래 위치에 돌려놓고,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아 무릎을 껴안았다.
이 집을 나가야 한다. 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뚜렷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어디로? 돈은 없다. 친척은 없다. 친구들은 다들 자신의 삶으로 바쁘다.
그녀는 핸드폰을 켰다. 원룸 월세를 검색했다.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싼 원룸도 한 달에 800 RON. 보증금까지 하면 최소 1200 RON이 필요했다. 그녀에게는 그 돈이 없었다.
로안나는 핸드폰을 덮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집에 남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도이나는 정말로 나를 팔려는 걸까?
그녀는 대답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다. 그냥 폭탄을 안고 있는 방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