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작은 저항
사쿠라는 카즈키의 제안을 듣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차가운 눈을 피한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오랜 침묵 끝에 그녀는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할게요.”
카즈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완전히 굳었다. 그는 미소를 지우고 사쿠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짜증과 함께, 서서히 커지는 냉혹함이 스쳤다.
“다시 한 번 말해봐.”
“새로운 애들을 데려오는 건… 못하겠어요. 저도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애를 똑같이 지옥으로 끌어들여요. 저는 할 수 없어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사쿠라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짜 두려움이었다. 카즈키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는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는 훨씬 더 낮고 무거워졌다.
“사쿠라, 너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못 파악하고 있구나. 내가 너한테 선택권을 준 게 아니라, 마지막 기회를 준 거였어.”
그날 이후 사쿠라에게 닥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다. 카즈키는 그녀를 ‘관리 불량 상품’으로 분류했다. 약의 공급을 대폭 줄였고, 파티 호출 횟수를 늘렸으며, 데려오는 손님들의 질도 확 낮췄다. 그녀는 가장 낮고 열악한 위치로 떨어졌다. 그는 그녀를 파티와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성매매 업소로 카즈키를 내려보냈다.
카즈키의 태도는 특히 잔인하게 변했다. 그는 벌을 주듯이 더욱 거칠고 모욕적으로 그녀를 다뤘다. 어느 날 밤, 카즈키는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불러들여 그녀의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기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네가 감히 나한테 반항을 해? 이 년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나한테 빚을 졌으면 이자는 니 몸으로 갚아야지. 그리고 너는 지금 공급받는 약값을 두 배로 올리마. 니가 돈 벌어서 잘 사 먹어봐”
나이든 그의 몸은 무겁고 집요했다. 그는 사쿠라를 여러 자세로 바꿔가며 거의 두 시간 동안 그녀를 유린했다. 때로는 그녀의 얼굴을 침대에 눌러서, 때로는 그녀의 몸을 세게 때리면서. 사쿠라는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 모습을 즐기는 듯했다.
“그래 계속 반항을 해봐.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
파티에서도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카즈키가 뭐라고 그들에게 말을 했는지, 그들은 사쿠라를 거의 물건처럼, 혹은 짐승처럼 다뤘다. 어떤 남자는 그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으며, 어떤 남자는 그녀의 입과 몸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사쿠라는 매일 밤 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 속에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카즈키는 이 모든 상황을 보면서 사쿠라가 무너져 내리기는 바랬다. 사쿠라의 인맥이면 많은 여자들을 데리고 올 수가 있다는 것을 카즈키는 경험 상 알고 있었다. 지금 데리고 있는 나나미를 이제 쓸모를 다해가고, 점차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카즈키는 한 여자를 오래 데리고 있지를 않았다.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을 뿐 더러 여자는 지겨워지기 전까지만 가지고 논다는 명확한 생각이 있었다. 그래 지금은 사쿠라에 꽂혀 있는데 그녀가 말을 안들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는 사쿠라를 공식적으로 자신의 첩으로 앉힐 생각이었다. 그래 자신의 직원으로 만들어서 완전한 공범으로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동거를 할 생각이었는데, 사쿠라의 거절로 모든 계획이 틀어진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지금 데리고 있는 나나미를 대체할 완벽한 인물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설마 거절을 할까 하던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한 분노가 컸던 것이다.
그녀에게 온갖 험한 고객들만 상대를 하게 하면 사쿠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카즈키는 믿고 있었고, 자신의 운영하고 있는 불법 매춘 업소에서도 가장 밑바닥 고객들과 변태 고객들만을 상대하게 하고 있었다. 원래 사쿠라는 불법 업소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맛을 보여 주면 사쿠라가 굴복해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녀의 저항은 생각보다 커서 카즈키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새로운 여자를 데려오지 않겠다는 작은 저항을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매일 그녀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었다. 약이 부족해지면서 금단 증상이 심해졌고,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다른 여자들은 그녀를 피하거나, 지나갈 때마다 “이상한 년”이라는 시선을 보냈다. 카즈키 사장하고 문제가 있는 사쿠라를 피해 다닌 것이다. 이는 카즈키의 지시가 있기도 했다. 사쿠라에게 말을 걸거나 챙겨주는 여자들은 각오하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으니, 카즈키의 무서움을 아는 여자들은 당연히도 사쿠라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사쿠라는 점점 한계에 다가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특히 잔인한 파티를 마친 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멍과 상처,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힘이 들게 일을 했는데도 빚은 점점 늘어서 1000만엔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이 늘어나는 상황이었고, 자신의 명품들도 다 싸게 처분을 해서 카즈키에게 갖다 바쳤는데도 빚은 줄 지를 않았다. 이자의 이자가 다시 원금으로 가는 사채의 무서움이었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녀의 작은 저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저항이 그녀를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양심만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이 살기위해서 자신의 친구, 지인, 후배들을 카즈키에게 넘겨 줄 수는 없었다.
파티에 온 사쿠라를 지켜보면서 카즈키는 차갑게 웃었다.
‘조만간 완전히 꺾여서 빌게 될 거다. 그때가 되면 더 재미있게 놀아줄게.’
사쿠라는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저항은, 그녀의 몸과 영혼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파괴하고 있었다. 사쿠라는 점차 지쳐가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회의가 몰려 오고 있었다.
‘그냥 한다고 했어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