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빛나는 함정
도쿄 시부야의 밤은 언제나 거짓된 빛으로 가득했다. 네온사인이 쏟아내는 형형색색의 불빛 아래, 21살 대학생 사쿠라(桜井 彩花)는 오늘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최근 올린 명품 백 사진에는 좋아요가 3천 개가 넘게 달려 있었다.
“예쁘다”, “부럽다”, “언니 따라하고 싶어요” 같은 댓글들이 그녀의 기분을 한껏 띄워주었다. 하지만 그 빛의 뒤편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사쿠라는 메이지대학 문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주변에 고백을 하는 남자들도 꽤 많은 전형적인 미인이기도 했다. 몇몇 남자하고도 사귀어 보기는 했지만, 자신의 마음에 차는 남자를 찾지를 못했고, 지금 사귀는 남자도 사쿠라에게 있어서는 그냥 옆에 두는 장식품과 같은 생각이었다. 오로지 큰 관심은 인플로언서로의 꿈만 꿀 뿐이었다. 이는 지방에서 홀로 올라와서 외로움에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부모님은 지방에 계셨고,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도쿄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나름 부모님이 어느 정도는 살고 있었기에 큰 어려움이 없이 살아오던 사쿠라는 혼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 외로워서 그런지 SNS에 빠져들었고,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팔로우를 하며 추앙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를 꿈꾸고 있었다. 타인들이 자신에게 좋아요를 누르면서 명품든 것에 큰 호응을 해주니, 마치 스타라도 된 것과 같았고, 자신이 느끼던 외로움은 전부 다 그 좋아요. 하나에 다 묻어 나갔다. 문제는 그 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루이비통, 샤넬, 디올. 한 달에 백만 엔이 넘는 소비를 SNS로 과시하다 보니, 결국 손을 벌린 곳은 사채 앱이었다.
처음 빌린 돈은 50만 엔. 이자는 생각보다 높았지만, “한 달만 버티면 갚을 수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80만 엔이 되었다. 두 번째 추가로 대출을 받았고, 곧 300만 엔으로 늘어났다. 사쿠라는 불안했지만, 여전히 화려한 사진을 올리며 “다 잘 될 거야”라고 되뇌었다. 자신이 언젠가 인플루언서로 뜨기만 하면 이 정도의 돈은 금방 갚아나갈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인플루언서로 화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리는 것을 자신도 누릴 것이라고 봤다. 허나 그전에 돈부터 갚아 나가야만 했다. 이미 또 이자 상환일이 다가 왔고, 사쿠라는 이를 갚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으나 마땅한 것이 없어서 불안하기만 했다.
부모님이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여유도 300만엔 정도가 되면서 도무지 손을 벌릴 엄두가 나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가진 명품을 팔아서 갚았어야 했는데, 사쿠라는 그 명품들을 팔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마치 자기 새끼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사쿠라씨, 안녕하세요. 저는 카즈키라고 합니다. 빌려드린 돈 관련해서 상담 좀 드릴 수 있을까요?】
보낸 사람은 ‘카미야 금융’이라는 사채 업체의 사장이었다. 사쿠라는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거절할까도 했지만, 빌린 돈이 있어서 막상 거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 날 저녁, 그녀는 시부야의 한 카페에서 카즈키를 만났다. 카즈키는 60대 초반으로, 깔끔한 고급 정장 차림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차림새에 비해서 외모는 조화를 이루지를 못했다. 왠지 생김새는 나이에 비해 더 많이 들어보이고, 키가 작고, 배가 나오고, 머리가 빠진 자신의 아빠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듯한 남자였다. 첫 눈에 봤을 때 키 작은 뚱뚱하고 대머리 노인과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이런 남자하고 같이 대화를 하는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그와는 달리 카즈키는 사쿠라를 엄청 반기면서 수다를 떨었다.
“아이쿠~! 사쿠라씨,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예쁘시네요.”
그의 말투는 친근했다. 그는 그녀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이라도 아빠뻘인 사람이 친근하게 돕겠다고 말하니 사쿠라는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아마도 나이든 남자가 자신에게 뭘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쿠라는 앞의 남자와의 대화도 지루하고, 빨리 대화를 끝내고 집에 갔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단지 이 남자가 자신에게 상환 기일을 연기를 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자는 좀 높지만, 저희가 특별히 방법을 찾아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그 조건은 사쿠라를 완전히 바꿔놓을 시작이었다. 허나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쿠라 또한 빚을 갚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으나, 아르바이트라고 해봐야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이 없기에 좌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방에 갚을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이 너무나 컸다.
“이번 주말에 저희 VIP 파티에 한번 와보세요. 거기서 돈을 좀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예요.”
사쿠라는 망설였다. 하지만 빚이 300만 엔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압박했고, 갚을 길이 없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큰 돈을 벌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면서 마음이 갔던 것이다. 부자들이 모이는 VIP 파티라고 하니 제법 대충 놀고 돈만 챙기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가벼운 마음이 들었고, 솔직히 카즈키의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빨리 이 남자하고 대충 대답하고 헤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을 뿐이다.
카즈키가 말하는 게 사쿠라로서는 가볍게 생각을 한 것이 가끔 한번 씩 SNS에서 DM를 받는 그런 파티인 것으로 사쿠라는 생각을 했다.한번 씩 연락 와서 돈을 많이 줄 테니 와 달라는 DM를 받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이게 뭔가해서 대답도 안해주곤 했었다. 그런 사쿠라에게 카즈키는 VIP 파티에 참석을 해달라고 하니 그녀는 대충 그런 파티인가 보다 하고 혼자서 상상을 하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이런 사쿠라의 생각이 깨진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주말, 카즈키가 데려간 곳은 시부야에서 조금 떨어진 고급 빌라였다. 입구부터 철저한 보안이 되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조명과 함께 열 명 정도의 남녀가 있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이었고, 여자들은 사쿠라 또래로 보이는 예쁜 여대생들이었다. 남자들은 다들 돈들이 많은 부자들이라고 했다. 비밀 사교 클럽이고, 개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켜준다고 안심을 시켜주고 있었다.
분위기는 처음엔 좋았다. 고급 위스키와 샴페인이 돌았고, 음악이 흘렀다.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자, 카즈키는 사쿠라에게 “긴장 풀고 즐겨”라며 하얀 가루가 든 작은 봉지를 건넸고, 주변 여자들은 그것을 보자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이거 한 번만 해봐. 기분이 엄청 좋아질 거야.”
사쿠라는 처음엔 거부했다. 하지만 주변 여자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것을 하는 모습을 보자, 그녀도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다른 여자들이 하니까 안심이 되었는지, 결국 코로 들이마셨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터지며, 엄청난 쾌감과 자신감이 밀려왔다. 몸이 뜨거워지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날 밤, 사쿠라는 처음으로 ‘접대’를 했다. 50대 후반의 남자 두 명이 그녀를 번갈아가며 안았다. 그녀는 약 기운 때문에 현실감이 없었다. 몸은 뜨거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상한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남자들은 그녀의 몸을 마음껏 탐했다. 거칠게, 길게, 여러 번. 그녀는 신음과 함께 눈물을 흘렸지만, 그 눈물조차 쾌락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 쾌락이 왠지 싫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약물의 영향때문인지 사쿠라 스스로 적극적으로도 움직이게 해줬다.
파티가 끝난 뒤, 카즈키가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수고했어. 이걸로 이자 10만 엔 깎아줄게. 다음 주에도 올 거지?”
사쿠라는 멍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며 몸에 남은 멍과 체액을 씻어내면서, 그녀는 두려움과 수치를 느꼈다. 자신의 또래가 아닌 나이든 남자들과의 관계라니…… 그 남자들에 흥분해서 신음을 내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와는 달리 그때 느꼈던 끝 모를 쾌락이 자신에게 각인이 된 듯 몸이 달아오르는 듯 했다.
수치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날 번 돈으로 갚은 이자가 생각나며 이상한 안도감도 들었다. 또한 약을 한 상태로 관계를 가진 느낌이 온몸을 감싸 안는 듯한 쾌감을 주기도 했다. 어차피 아는 사람이 모르면 그만이란 생각을 했고, 빚으로 인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이렇게라도 갚아나가는 것이 더 심적으로 편하다고 생각을 했다. 허나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로 사쿠라의 삶은 급격하게 변했다. 카즈키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그녀를 관리했다. 약을 공급해주는 대신, 더 많은 파티에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카즈키는 사쿠라가 이미 걸려든 먹이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사쿠라의 몸을 통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생각만 할 뿐이었다. 약점이 잡힌 사쿠라는 이미 다른 출구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래 돈이 많은 노인들이나 사장들을 고객으로 모아서 파티를 열었고, 사쿠라는 그 파티에 반드시 참석을 해야만 했다. 이 비밀 모임 자체가 나이가 어리거나 또래들이 올 수 있는 모임이 아니었다. 다들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이 올 수 있는 모임이었기에 나이대가 자신의 아빨뻘 정도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턴 약에 중독된 사쿠라는 카즈키가 부르지 않는다고 해도 먼저 연락을 취할 정도였다. 점차 파티에는 갈수록 더 나이 많고, 더 변태적인 남자들이 늘어났다. 어떤 남자는 그녀를 묶고 사진을 찍었고, 어떤 남자는 그녀의 입과 몸을 동시에 사용했다. 그녀는 약에 취한 상태에서 점점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어느 날, 그녀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밝고 야심찬 사쿠라는 사라지고, 텅 빈 눈동자만이 남아 있었다. 이제 인플루언서로 뜬다거나,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채, 카즈키의 손아귀에 놀아날 뿐이었다. 허나 그녀는 돈만 갚으면 이 지옥이 끝날 거라고 믿고 있었다. 또한 이렇게 하다 보면 돈은 갚아질 것이라고도 생각을 했다. 허나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마음이었을 뿐, 아무리 파티에 다녀도 돈은 갚아지지가 않았고, 이상하리만치 이자만 조금씩 갚을 뿐이었다. 문제는 사쿠라의 사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사쿠라의 사치는 파티에 나가기 전이나 나간 후나 명품을 사들이는 습관을 버리지를 못했고, 이를 카즈키한테 돈을 추가로 더 빌리다 보니 빚은 오히려 더 늘어있었다. 그렇다 보니 파티에 나가서 받는 돈은 그저 이자도 다 못내는 지경에 있던 것이다. 이미 사쿠라는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달콤한 독은, 한 번 맛본 순간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