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잔혹사 멕시코편 #001] 과달라하라의 피비린내 – 제2화: 깨어진 봉인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제2화: 깨어진 봉인

 

축축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곰팡이 냄새와 비린 혈향이 소피아의 폐부를 사정없이 찔렀다.

 의자에 묶인 채 고개를 가누지 못하는 남편 디에고의 몰골은 처참했다. 주 정부의 촉망받는 고위 간부로서 늘 칼같이 다려진 수트를 입고 신사적인 미소를 짓던 사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셔츠는 피와 땀으로 얼룩져 걸레짝이 되어 있었고, 붓고 터진 얼굴 사이로 거친 숨소리만 간신히 새어 나왔다.

“디… 디에고…… 정신 좀 차려봐요, 제발…….”

 소피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앞으로 고꾸라지듯 다가가려 했으나, 뒤에 버티고 선 히트맨이 그녀의 머리채를 사정없이 가로채 뒤로 젖혔다. 가죽 장갑의 거친 감촉과 함께 두피를 뜯어내는 고통이 밀려왔다. 소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이를 악물었다. 스페인 유학 시절부터 과달라하라 상류층 사교계의 정점에 서기까지,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날 것 그대로의 폭력이 미녀의 살결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었다.

 방 한구석, 녹슨 테이블에 걸터앉아 상아로 장식된 권총을 만지작거리던 사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리스코 카르텔의 이 지역 책임자인 보스, ‘네스토르(Néstor)’였다. 뱀처럼 매끄러운 눈빛을 한 네스토르가 가죽 구두 소리를 내며 소피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소피아의 턱을 거칠게 치켜올렸다. 눈물이 고인 채 분노로 이글거리는 미녀의 얼굴을 감상하듯 훑어보는 그의 시선에는 노골적인 가학성이 서려 있었다.

“과달라하라의 유명한 미녀 사업가를 이렇게 누추한 곳에 모시게 되어 유감이야, 소피아 대표. 소문대로 살결이 아주 고와. 그 잘난 주 정부 간부 놈들이 왜 당신 앞에서 쩔쩔맸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는군.”

네스토르는 차가운 권총 총구를 소피아의 하얀 뺨을 지나 가슴골 아래로 슬금슬금 쓸어내렸다. 소피아는 끔찍한 모욕감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머리채를 잡힌 손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원하는 게 돈이죠? 얼마를 원해요? 수백만 페소든, 달러든 가문에서 당장 구해올 테니까 제발 디에고를 놔줘요.”

소피아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자신의 미모와 가문의 명예를 모두 내려놓고 오직 살기 위해 구걸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네스토르는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돈? 당연히 돈이지. 하지만 우린 일회성 몸값 따위로 만족하는 삼류 양아치가 아니야. 소피아 대표, 우리는 당신이 미국 마이애미와 라스베이거스 유령 법인 계좌에 숨겨둔 비자금, 그리고 푸에르타 구역의 그 호화로운 부티크 매장 명의가 필요해. 오늘 밤 안으로 그 모든 자산의 소유권을 우리 회사로 양도하는 서류에 서명해야겠어.”

 소피아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돈을 몇 푼 뜯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상업적 기반과 가문의 숨은 자산을 통째로 빨아먹어, 그녀의 사회적 생명을 완전히 도려내겠다는 잔인한 선고였다.

“그건 안 돼요…… 그건 우리 가문의 전부예요. 그걸 넘겨주면 우리는…….”

“안 된다고?”

 네스토르의 미소가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가 턱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옆에 서 있던 거구의 히트맨이 디에고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꺾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날카로운 원예용 전지 가위를 집어 들었다.

“아아악! 안 돼! 하지 마!”

 소피아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히트맨의 가위는 사정없이 디에고의 왼손 약지를 물었다. 드득, 콰직!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디에고의 처절한 단명이 지하 밀실의 콘크리트 벽을 찢어발겼다. 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고, 으스러진 손가락 조각이 소피아의 구두 앞으로 툭 떨어졌다.

“디에고! 디에고!”

눈앞에서 남편의 신체가 훼손당하는 광경을 본 소피아는 정신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미녀의 얼굴은 엉망으로 일그러졌고, 평생을 지탱해 온 고결한 자존심은 그 핏방울 속에서 완전히 바스라졌다.

네스토르는 피 묻은 가위를 소피아의 시선 앞으로 들이밀었다.

“내 내일까지 기다려주지 않겠어. 지금 당장 노트북 앞으로 가서 미국 계좌의 보안코드를 풀고 명의 이전 승인을 해. 만약 1분이 지체될 때마다, 네 잘난 남편놈의 손가락과 귀가 하나씩 이 바닥에 뒹굴게 될 거야. 그리고 서류 작업이 끝나면…….”

네스토르가 소피아의 귀밑에 입술을 대고 끈적하게 속삭였다. 그의 손가락이 소피아의 실크 블라우스 단추를 우두둑 뜯어내며 얇은 가슴팍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당신 같은 상류층 미녀가 밑바닥에서 어떻게 구르는지, 우리 형제들과 함께 아주 깊은 자축의 밤을 보내야지. 남편놈이 아주 똑똑히 보 수 있는 명당 앞에서 말이야.”

역겨운 시가 냄새와 피비린내가 소피아의 정신을 통째로 짓눌렀다. 저항하면 남편이 죽고, 순응하면 자신의 육체와 정신, 평생 이뤄온 자산까지 모조리 뜯겨 나간 채 카르텔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는 지옥.

 소피아는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해가는 남편의 얼굴과, 자신을 짐승처럼 내려다보는 히트맨들의 굶주린 눈빛을 번갈아 보았다. 살 떨리는 공포 속에서, 그녀의 손가락이 피로 얼룩진 서류판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달라하라의 눈부셨던 미녀 사업가가 마주한, 거역할 수 없는 파멸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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