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목소리의 힘
핌은 법정 증언을 마친 후,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솜차이 기자가 그녀에게 말했다. “핌 씨, 당신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를 해주실 수 없나요?”
이번에는 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겠습니다.”
솜차이는 놀랐다. 예전의 핌이라면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핌은 달랐다. 그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아니,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이기기로 했다.
인터뷰는 방콕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핌은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타닌의 프라이빗 금융, VIP 파티, 해피 워터, 감금, 성착취. 그리고 탈출과 재판까지.
솜차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꼼꼼히 기록했다. 가끔은 눈물을 닦기도 했다.
“핌 씨,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 기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기사는 다음 날 일간지 1면에 실렸다. 제목은 〈방콕의 가짜 낙원: 피해자 핌의 증언〉 .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NS에서 수만 건의 공유가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핌을 지지하는 댓글을 남겼다.
“당신은 용감합니다.”
“같은 피해자로서 응원합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핌은 그 댓글들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사가 나간 후, 여러 여성 인권 단체에서 핌에게 연락이 왔다.
그들은 핌에게 자문 역할을 제안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돕는 일이었다.
핌은 망설였다. 자신이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곧 결심했다.
“하겠습니다.”
그녀는 방콕에 있는 한 여성 인권 단체의 자문위원이 되었다. 그녀의 주된 역할은 피해자들의 상담과 법적 절차 지원이었다.
첫 번째 상담자. 20살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핌과 비슷한 방식으로 조직에 빠졌다. 핌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아팠다.
“저는… 제가 잘못한 게 너무 많아서…”
“당신은 잘못한 게 없어요. 범죄자는 상대방이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 저도 같은 경험을 했으니까요.”
핌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자신이 한때 니차에게 받았던 그 위로를, 이제 다른 사람에게 주고 있었다.
핌은 여성 인권 단체에서 일하면서도 학업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출라롱코른 대학교에 복학했다. 나이는 26세. 같은 학년 친구들보다 4년 늦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첫 수업 날. 강의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녀의 나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핌은 당당하게 맨 앞자리에 앉았다.
교수님이 칠판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필기했다. 예전처럼 집중했다.
점심시간, 한 학생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저… 핌 씨 맞아요? 기사 본 적 있어요. 정말 용감하시네요.”
핌은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저희도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지금은 괜찮아요.”
하지만 그 학생은 계속해서 핌에게 질문을 던졌다. 핌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후, 핌은 니차를 다시 만났다.
니차는 치앙마이에서 작은 카페를 열었다. 그녀의 눈빛은 예전보다 훨씬 맑아졌다. 핌은 그녀의 카페를 방문했다.
“핌! 왔구나!”
“니차, 너 정말 잘 됐다. 카페 분위기 좋다.”
“고마워. 너는 어떻게 지내?”
“여성 인권 단체에서 일하고 있어. 그리고 학교도 다시 다니고.”
니차는 핌의 손을 잡았다. “너 정말 대단하다.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나도야, 니차. 너도 잘하고 있어.”
두 사람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핌은 니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나중에 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싶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넌 할 수 있어. 나는 믿어.”
핌은 니차의 격려에 힘을 얻었다.
재판이 끝난 지 1년 후, 타닌은 항소를 제기했다.
그의 변호인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대로 징역 12년이 확정되었다.
핌은 법정에 있었다. 그녀는 판결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안도의 눈물이었다.
솜차이 기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핌 씨, 소감 한 말씀?”
“저는… 단지 제가 겪은 일을 말했을 뿐입니다. 이제 타닌은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말은 다음 날 신문에 실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2년 후, 핌은 대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식 날, 그녀는 엄마와 아빠를 초대했다. 엄마는 요양원에서 잠시 외출 허가를 받았고, 아빠는 재활을 마치고 혼자 걸을 수 있었다.
“핌아, 축하한다!”
“고마워요, 엄마. 아빠.”
핌은 두 분을 껴안았다. 그녀는 오랜만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졸업 후, 핌은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는 여성 인권 단체의 정식 상담사가 되었다. 그녀의 상담실에는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 중 일부는 핌과 같은 피해자였고, 일부는 단순히 힘들어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핌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은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저도 한때는 어두운 터널 안에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나왔잖아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이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핌은 그 점이 뿌듯했다.
어느 날, 핌은 상담실에 한 여성이 찾아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상담실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여성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플로이였다.
“핌… 나야.”
핌은 잠시 말을 잃었다. 플로이. 자신을 타닌에게 소개해준 그 친구.
“플로이… 너 어떻게…”
“나도… 같은 일을 겪었어. 타닌이 나도 이용했어. 그런데 나는 너처럼 용기가 없어서… 증언을 못 했어.”
플로이는 눈물을 흘렸다. 핌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려는 건 아니야. 그냥…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플로이, 너는 잘못한 게 없어. 우리 모두 피해자였을 뿐이야.”
핌은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는 플로이를 용서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핌은 상담실 옥상에 올랐다.
방콕의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했다. 그녀는 그 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로안나. 당신도 나처럼 이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까?
우리는 버텼다. 그리고 이겼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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