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선택의 기로
문자를 보낸 지 사흘째 되는 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핌은 점점 불안해졌다. 혹시 그 번호가 가짜였을까? 아니면 이미 타닌에게 발각된 것일까? 그녀는 여러 번 가능성을 따져보았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순응하는 척했다. 규칙을 지키고, 불평하지 않고, 마치 타닌의 말에 완전히 복종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타닌은 그런 그녀를 보고 만족한 듯 미소 지었다.
“핌 씨, 점점 적응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처음에는 다 그래요.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요.”
핌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절대 적응하지 않을 거야. 너희 무리들과는 달라.’
하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타닌 씨. 감사합니다.”
그녀의 대답에 타닌은 더욱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요. 그러면 나중에 좋은 기회도 줄 수 있어요.”
핌은 그 손길이 불쾌했지만, 참아냈다.
그날 저녁, 핌은 공허한 눈빛의 여성으로부터 두 가지 소식을 들었다. 여성의 이름은 니차였다. 그녀는 이곳에서 3년째 일하고 있었다.
“핌, 나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네 엄마가 계속 너를 찾고 있어. 경찰에도 신고했다고 해.”
핌의 가슴이 뛰었다. 엄마가 자신을 찾고 있었다.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타닌 씨가 경찰에 연락해서 ‘도망간 딸을 찾는 척하지만 사실은 빚 때문에 자발적으로 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해.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을 거래.”
핌의 희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여기는 태국이야. 돈과 권력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타닌 씨의 삼촌은 경찰청 높은 사람과도 친분이 있다고 해.”
핌은 무너졌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하지만 니차는 그녀를 위로하지 않았다. 이미 여러 번 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울어도 소용없어. 여기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다 갚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야.”
핌은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직 방법이 하나 더 있었다. 외부에 보낸 그 문자.
하지만 아직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다.
며칠 후, 타닌이 핌을 찾아와 평소와 다른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차가운 무표정이었다.
“핌 씨, 혹시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한 적 있나요?”
핌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표정을 감추려 애썼다.
“아니요. 핸드폰도 제대로 못 쓰잖아요.”
“그래요? 그런데 우리 시스템에 이상한 로그가 찍혔어요. 외부로 발신된 문자가 하나 있더라고요.”
핌은 침묵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누구에게 보낸 거죠?”
“아는 사람이요. 제 상황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요? 경찰? 기자? 아니면 인권 단체?”
핌은 대답하지 않았다.
타닌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손이 핌의 뺨을 스쳤다. 가볍게, 하지만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핌 씨, 저는 당신을 아끼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여기서 함부로 행동하면 당신만 다칩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아무도 예외가 아니에요.”
핌은 고개를 숙였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래요.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타닌이 방을 나갔다. 핌은 혼자 남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외부의 도움은 오지 않았고, 타닌에게 발각되었다. 더 이상 문자를 보낼 수도 없다.
그날 밤, 핌은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는 금이 가 있었다. 그녀는 그 금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그냥 순응하는 것. 타닌의 말을 듣고, 여기서 계속 일하는 것. 1년, 2년, 어쩌면 그 이상. 빚을 다 갚으면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망가질지 상상하기 싫었다.
또 다른 하나는 반항하는 것. 탈출을 다시 시도하거나, 아니면 경찰에 직접 연락하는 것. 하지만 위험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 핌은 잘 알고 있었다. 니차가 말했던 ‘죽는 것’도 어쩌면 선택지 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핌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로안나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루마니아의 그 여자. 그녀는 버텼다. 끝까지 버티면서, 때로는 맞서면서 살아남았다.
나도 할 수 있을까?
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니차의 방으로 갔다.
“니차, 나 도와줄 수 있어?”
“무슨 일?”
“여기서 나가게 도와줘. 다시 한 번만.”
니차는 잠시 침묵했다.
“위험해.”
“알아.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니차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하나 있어. 경찰 내에서도 꽤 높은 사람이야. 하지만 그를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소개해줘.”
며칠 후, 니차는 핌에게 그 경찰관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이름은 아누챗. 방콕 경찰청의 고위 간부였다.
“하지만 조심해. 아누챗 경감도 타닌 씨 측과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그래도 해볼게.”
핌은 기회를 엿보았다. 타닌이 없는 틈을 타, 그녀는 몰래 전화를 걸었다.
아누챗 경감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누챗 경감님? 저는 핌이라고 합니다. 니차 씨에게 소개받았어요.”
“아, 핌 씨. 이야기 들었어요. 무슨 일이죠?”
“저는 지금 타닌이라는 사람에게 감금당해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타닌… 그 이름 들어봤어요. 하지만 증거가 필요해요.”
“증거가 있어요. 제가 증언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전화를 끊고, 핌은 안도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아누챗 경감을 믿을 수 있을까? 만약 그가 타닌의 편이라면? 그녀는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반항할 것인가?
아누챗 경감을 믿고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이곳의 일부가 될 것인가?
핌은 눈을 감았다.
로안나, 나에게 힘을 줘.
당신의 선택은? (1차 분기점)
핌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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