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잔혹사 루마니아편 #001] 보험금의 집 – 5-2화: 쉼터의 시간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반항 노선]

5-2화: 쉼터의 시간

로안나는 여성 쉼터에서 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쉼터는 부쿠레슈티 동쪽, 낡은 오피스 빌딩의 4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방은 모두 여섯 개. 각 방에는 침대 두 개씩. 로안나는 루마니아 남부 출신의 다른 여성과 방을 함께 쓰고 있었다. 그녀는 30대 초반, 남편의 폭력 때문에 도망쳐 온 상태였다. 이름은 엘레나. 말수가 적었지만, 로안나에게 친절했다.

쉼터에는 규칙이 있었다.

오전 8시 기상. 9시까지 아침 식사.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상담 또는 교육 프로그램 참석. 오후 1시 점심.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자유 시간이지만, 외출은 허가가 필요했다. 밤 10시 이후에는 입실 금지. 핸드폰은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쉼터 내 사진 촬영은 금지였다.

로안나는 이 규칙들이 이상했다. 처음에는 감옥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곧 그 필요성을 깨달았다. 여기 온 여성들은 대부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규칙은 그들에게 안전한 경계를 만들어주는 도구였다.

운영자인 미하엘라는 매일 오후 한 명씩 개인 상담을 진행했다. 로안나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미하엘라는 조용히 물었다.

“요즘 기분은 어때?”

“글쎄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집을 나오긴 했는데, 이게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 가족은 저를 원망하고 있을 거예요.”

“네가 잘못한 게 없어. 네 의붓엄마가 잘못한 거야. 그걸 잊지 마.”

로안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릿속에는 도이나의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네가 집을 나가면 우리 모두 거리로 나가게 돼.”

미안함과 분노가 뒤섞였다.

미하엘라는 로안나에게 법률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쉼터와 협력하는 무료 법률 지원 단체가 있었다.

로안나는 그 단체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변호사는 40대 여성이었다. 이름은 코스민나. 날카로운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로안나 씨, 상황을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로안나는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보험금. 의붓엄마. 빚. 투자 사기. 에밀. 조직. 그리고 수첩에 적힌 한 줄.

코스민나는 메모를 하며 들었다. 가끔 질문을 던졌다.

“증거는 지금 가지고 있나요? 사진, 녹음, 문자 메시지 같은 것들.”

“없어요. 당시에 찍을 생각을 못 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그 수첩은 아직 집에 있을까요?”

“아마도요. 하지만 제가 집에 가기엔… 위험할 것 같아요. 의붓엄마가 저를 보면 어떻게 할지 몰라요.”

코스민나는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증거만으로는 고소가 쉽지 않아요. 경찰에서 수사를 해도, 의붓엄마가 부인하면 그만이에요. 에밀 씨도 마찬가지고요. 조직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요.”

“그럼… 아무것도 못 하는 건가요?”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의붓엄마나 에밀 씨가 다시 연락을 하면, 그때는 반드시 녹음하세요. 루마니아에서는 당사자 간 대화의 녹음은 증거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로안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쉼터로 돌아왔다.

법은 그녀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아니, 법은 존재했지만,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의붓가족이 저지른 일은 명백한 범죄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증명할 수 없었다.

쉼터에 들어온 지 10일째 되던 날, 로안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번호는 도이나였다.

로안나는 잠시 망설였다. 받아야 할까? 코스민나 변호사는 “만약 연락이 오면 반드시 녹음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고, 동시에 녹음을 시작했다.

“여보세요.”

“로안나? 너 지금 어디야? 당장 집으로 돌아와.”

도이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날카로웠다. 하지만 로안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아니, 두렵지만 그것을 표면에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안 갈 거예요. 엄마가 절 팔려고 한 걸 저 알아요.”

“무슨 소리야! 그건 그냥… 일자리였어! 네가 오해하는 거라고!”

“오해가 아니에요. 수첩에 적혀 있었어요. ‘로안나 – 계약금 2만, 매달 30%’.”

침묵이 흘렀다. 몇 초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네가 내 수첩을 봤어?”

“우연히 봤어요.”

“도둑질이야! 그건 사생활 침해야! 네가 그걸 본 게 잘못이지!”

로안나는 도이나의 말에 소름이 끼쳤다. 자신을 팔려고 한 사람이, 도둑질과 사생활 침해를 운운하고 있었다.

“엄마, 경찰에 신고했어요. 증거가 부족해서 아직 아무 일은 없지만, 제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너… 경찰에? 너 미쳤어? 그럼 우리 다 망해! 네 아빠는? 안카는? 이리나는? 너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애!”

로안나는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한 쾌감이 들었다. 처음으로, 그녀는 도이나에게 맞서 말했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을 방어했다.

로안나는 쉼터에서 점점 생활에 적응해 갔다.

매일 아침, 다른 여성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엘레나는 가끔 요리를 했는데, 남부 스타일의 폴렌타가 특히 맛있었다. 불가리아에서 온 또 다른 여성, 디미트로바는 침묵하는 편이었지만, 로안나가 울 때면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주곤 했다.

로안나는 쉼터에서 자원봉사 일을 시작했다. 다른 여성들의 상담 예약을 정리해주는 간단한 일이었다. 돈은 받지 않았지만,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로안나는 종종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은 작았지만, 부쿠레슈티의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먼 곳에 체체아슈 궁전의 돔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는 그곳에 서서 바람을 맞았다. 루마니아의 봄은 짧고, 곧 여름이 오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까? 그녀는 학기를 중도에 포기했다. 휴학 신청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학적이 말소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당장은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었다.

미하엘라는 로안나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 얼마든지 지낼 수 있어. 제한은 없어. 하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일어서야 해. 우리가 끝까지 책임져줄 순 없으니까.”

로안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쉼터에서 산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로안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거리를 걸을 때,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가끔 멀리서 보이는 검은색 세단. 에밀의 차와 같은 모델이었다.

로안나는 미하엘라에게 말했다.

“누군가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미하엘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혹시 에밀 씨일 가능성이 있어요?”

“모르겠어요. 차만 봤을 뿐, 얼굴은 못 봤어요.”

“조심해야 해. 조직에서 너를 찾고 있을지도 몰라. 집을 나왔지만, 계약이 취소된 건 아니니까.”

로안나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잊고 있었다. 조직은 그녀를 ‘자산’으로 여겼다. 도망친 자산은 찾아야 할 대상이었다.

그날부터 로안나는 외출을 자제했다. 필요한 물건은 미하엘라나 엘레나가 대신 사다주었다. 그녀는 쉼터 안에 머물렀다. 작은 방, 좁은 복도, 그리고 옥상의 전망. 그게 그녀의 전 세계였다.

어느 날 밤, 로안나는 잠에서 깼다. 창밖에서 차량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창문 틈 사이로 내다보았다. 길가에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서 있었다. 불이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로안나는 숨을 죽였다. 핸드폰을 들어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했지만, 참았다. 증거가 없었다. 그냥 차 한 대가 서 있는 것뿐이었다.

30분 후, 차는 떠났다.

로안나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그녀는 생각했다.

이것이 반항의 대가인가? 굴복했다면 지금쯤 감금되어 있었겠지만, 적어도 누군가 자신을 찾아다니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자유롭지만, 그 자유는 불안정했다. 언제든지 조직의 손에 다시 붙잡힐 수 있었다.

그녀는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단단해지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게 중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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