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가시밭의 도주
지하 밀실의 천장에 매달린 녹슨 팬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뿜어내던 불쾌한 바람도, 새벽 3시 반이 지나자 차갑게 식어 내렸다.
방금 전까지 수천만 달러의 펜타닐 대금을 세탁하느라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던 소피아의 손가락은 부러진 뼈가 퉁퉁 부어올라 감각이 없었다. 밤새도록 네스토르의 하부 조직원들과 부패한 공직자들이 싸구려 위스키를 그녀의 몸 위에 들이붓고 찢어발기며 탐닉했던 광란의 파티는, 사내들이 술과 약물에 취해 소파에 곯아떨어지면서야 겨우 멈춘 상태였다. 가운 하나만 겨우 걸친 채 대리석 바닥에 팽개쳐진 소피아의 나체는 사내들이 흘린 술과 더러운 타액, 그리고 허벅지 안쪽에 돋아난 시빨간 멍 자국들로 끈적하게 얼룩져 있었다.
평생을 고결한 상류층의 품위 속에서 살아가던 미녀 사업가로서의 자존심은 세포 단위로 타살당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사내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든 이 새벽의 정적 속에서, 소피아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 깊은 곳에 도사린 복수의 독기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이 밀실의 노리개로 썩어 죽을 터였다.
소피아는 진물이 흐르는 다리를 이끌고 소리 없이 바닥을 기어 옆방으로 스며들었다. 비위생적인 콘크리트 바닥에는 무릎뼈가 부서진 채 패혈증 고열로 신음하는 남편 디에고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디에고…… 정신 차려요. 나 봐봐…….”
소피아는 간수들이 던져두고 간 녹슨 송곳을 쥐고 디에고의 손목을 묶은 사슬을 미친 듯이 쑤셔 파냈다. 부러진 손가락 끝에서 피가 솟구쳐 사슬을 붉게 적셨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침내 철컥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족쇄가 풀리는 순간, 소피아는 걸을 수조차 없는 남편의 무거운 팔을 자신의 허약한 어깨 위로 단단히 걸쳐멨다. 그리고 허술하게 열려 있는 안가의 나무 뒷문을 밀어 젖혔다.
문이 열리자마자 소피아의 맨살을 덮친 것은 멕시코 황무지의 칼날 같은 냉기였다.
“소피아…… 나를 버려…… 이 몸으론 가다가 짓밟혀 죽어…….”
디에고가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애원했으나 소피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걷지 못하는 남편을 업은 채,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자갈밭을 향해 무릎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뾰족한 선인장 가시와 날카로운 바위 파편들이 그녀의 맨 무릎과 허벅지 살점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사내들에게 유린당했던 나체 위로 이제는 대지의 가시들이 피비린내 나는 새로운 상처를 잔인하게 새겨 넣었다. 한 걸음 기어갈 때마다 가슴팍이 찢어지는 듯한 밭은 숨소리가 새벽의 안개 속으로 위태롭게 흩어졌다.
뒤를 돌아보면 안가 창문 너머로 여전히 흘러나오는 사내들의 시큼한 땀 냄새와 위스키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것만 같아 소피아는 오직 앞만 보며 흙바닥을 손톱이 깨지도록 움켜쥐었다. 잡히면 가축보다 못한 도살이 기다릴 뿐이었다.
두 시간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황무지를 기어갔을 무렵, 저 멀리 도로변에 버려진 낡은 폐주유소 건물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소피아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디에고를 이끌고 콘크리트 벽 뒤편의 오물 가득한 구석자리로 숨어들었다.
바로 그 순간, 멀리 안가가 있던 방향에서 거친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픽업트럭의 배기음 굉음이 황무지의 고요를 찢으며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잠에서 깬 사내들이 마침내 금융 노예이자 자신들의 값비싼 인형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것이다. 트럭의 서치라이트 불빛이 새벽안개를 뚫고 소피아가 숨은 폐건물 벽면을 사정없이 훑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바닥에 버려진 녹슨 철 파이프를 움켜쥐었다. 디에고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채, 벽 바로 너머까지 다가와 멈추는 트럭의 거친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소피아의 눈동자 속에서 마침내 카르텔의 머리통을 통째로 부숴버릴 처절한 복수의 서막이 타오르고 있었다.
당신의 선택은? (최종 분기점)
폐건물 벽 바로 너머까지 추격조의 트럭이 들이닥쳤습니다. 사냥개들의 거친 구두 소리가 들려오는 일촉즉발의 순간, 당신의 선택은?
[선택 A] 극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철파이프를 내려놓은 채 투항한다
[선택 B] 트럭에서 내리는 말단 수색책의 대가리를 철파이프로 후려치고 무기를 빼앗는다
(※ 6화 최종 분기점입니다. 선택하신 문을 결제하시면 라틴아메리카편의 처절한 종막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