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잔혹사 멕시코편 #001] 과달라하라의 흑백조 – 제1화: 붉은 타코마 (실제 사건 파일 기반 각색)

제1화: 붉은 타코마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주도, 과달라하라의 가장 부유한 푸에르타 데 이예로(Puerta de Hierro) 구역.

 유럽식 대리석으로 마감된 최고급 갤러리 겸 명품 부티크 ‘까사 데 오로(Casa de Oro)’의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 멕시코의 뜨거운 오후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 사이로, 매장 오너인 미녀 사업가 ‘소피아(Sofía)’가 손님들에게 프랑스산 와인을 권하며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미술 경영 석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과달라하라 상류층 사이에서 가장 성공한 미녀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정계 고위 간부인 남편 ‘디에고(Diego)’의 탄탄한 배경까지 더해져, 그녀의 삶은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크리스탈처럼 눈부셨다.

“이번에 마드리드에서 직접 공수해 온 조각상이에요. 푸에르타 구역의 저택 거실에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

 소피아가 실크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정리하며 당당하고 지적인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고결하게 자라온 상류층 특유의 여유와 미모가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었다. 이곳은 마약과 총성이 난무하는 멕시코의 시궁창 같은 현실과는 완벽하게 격리된, 오직 선택받은 자들만의 온실이었다. 적어도, 매장 앞 왕복 4차선 도로에 번호판이 없는 짙은 회색의 도요타 타코마 픽업트럭 세 대가 급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멈춰 서기 전까지는 그랬다.

쾅—!

 부티크의 두꺼운 통유리문이 거칠게 밀려 열리며, 공간을 가득 채우던 클래식 음악이 단숨에 찢겨 나갔다. 들어선 사내들은 부유한 옷차림의 손님들과는 확연히 이질적인 독기를 품고 있었다. 군용 전술 조끼를 걸치고 얼굴을 검은 발라클라바로 가린 사내들의 손에는, 햇빛을 받아 불길하게 번뜩이는 소총과 권총들이 들려 있었다. 할리스코 지역을 피로 물들이며 군대 위에 군대로 군림하는 거대 카르텔의 히트맨(킬러)들이었다.

매장 안은 순식간에 비명과 공포로 뒤덮였다. 와인 잔이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깨지며 핏빛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쇼핑을 즐기던 상류층 부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엎어졌고, 소피아의 온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모두 대가리 처박아!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머통수를 날려버린다!”

 사내 하나가 소총 개머리판으로 수천 달러짜리 대리석 조각상을 거칠게 후려쳤다. 완벽했던 예술품이 굉음과 함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소피아는 본능적으로 가슴이 터질 듯한 공포를 느꼈지만, 평생을 지탱해 온 자존심을 쥐어짜며 사내들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서 행패야? 내 남편이 주 정부 고위 간부야!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짝—!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친 가죽 장갑을 낀 사내의 손바닥이 소피아의 하얀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멕시코 상류층을 매료시켰던 미녀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고, 입술이 터지며 붉은 피가 실크 블라우스 위로 툭툭 떨어졌다. 단 한 번도 타인에게 몸을 훼손당해 본 적 없는 삶이 바닥으로 처참하게 구르는 순간이었다.

“남편? 그 잘난 정부 끄나풀 새끼가 우리 ‘회사(La Empresa)’보다 높은 줄 아나 보지?”

사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목에 거대한 전갈 문신을 새긴 사내가 비열하게 웃으며 소피아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두피가 뜯겨 나갈 것 같은 고통에 미녀의 미간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소피아 대표, 우리가 네 년의 그 잘난 갤러리와 미국 은행 계좌 규모를 모른 채 여기까지 들어왔을 것 같아? 매달 찍히는 네 SNS의 화려한 일상들이 아주 좋은 이정표가 돼줬지. 우리 회장님이 당신 같은 상류층 미녀의 그 잘난 대가리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셔. 군말 말고 따라와라.”

“이거 놓으라고! 돈이 필요하면 원하는 대로 줄 테니까… 아악!”

 소피아가 발버둥 치려 하자, 사내는 소총 총구로 그녀의 얇은 옆구리를 사정없이 가격했다. 퍽!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미녀의 비명이 울려 퍼지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사내들은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양팔을 거칠게 꺾어 플라스틱 케이블 타이로 묶어버렸고, 얼굴에 검은 자루를 씌웠다. 시야가 완벽한 암흑으로 차단되는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손님들의 흐느낌과 가구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공포를 극대화했다.

바닥에 질질 끌려 나가는 동안, 그녀가 평생을 바쳐 일구어온 우아한 세계는 흔적도 없이 파괴되고 있었다. 사내들은 소피아를 거칠게 들어 올려 번호판 없는 타코마 픽업트럭의 뒷좌석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콰앙—!

 트럭 문이 닫히고, 거친 엔진음과 함께 차체가 급격하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럭셔리한 부티크의 에어컨 바람 대신, 트럭 바닥의 퀴퀴한 가죽 냄새와 사내들이 뿜어내는 시큼한 땀 냄새가 미녀의 호흡을 죄어왔다. 손목을 파고드는 케이블 타이의 통증보다, 이제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카르텔의 손아귀에 떨어졌다는 절대적인 절망감이 그녀의 영혼을 마직막 한 조각까지 난도질했다.

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는 기만적인 침묵 속에서 트럭이 마침내 거칠게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사내들의 거친 손길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차 밖으로 끌어내렸다.

 자루가 벗겨진 순간, 눈을 찌르는 자극적인 백열등 조명 아래로 드러난 곳은 화려한 푸에르타 구역이 아니었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피비린내와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카르텔의 은밀한 지하 안가였다. 그리고 전면의 낡은 철제 의자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사슬에 묶여 신음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 디에고가 있었다.

“디… 디에고!”

소피아가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방 한구석에서 금칠 된 권총을 만지작거리던 카르텔의 현지 보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을 가졌던 과달라하라의 미녀는, 그렇게 악마들이 설계한 지옥의 한복판으로 추락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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